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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어가는 사회생활 7년 차 권 모 씨

사회생활 7년 차 권 모 씨는 본인이 꼰대가 되어간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의 몇 안 될법한 회사원이다. 11월의 어느 토요일, 북적이는 영등포 포장마차에서 권 씨를 만나 노가리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며 꼰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꼰대는늙은이또는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다. 당신이 실생활에서 꼰대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다면, 꼰대란 고지식하고 매너없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나의 정의에 동의할 것이다. 이 글에서 권 씨가 지칭하는 꼰대란 그 의미보다 한정적인잔소리꾼 어른이다. 즉 본인의 올챙이 시절을 망각하고 아랫사람에게 잔소리하지만, 오랜 사회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물려주는 존재다.

어떤 사람을 꼰대라고 일컬을 때 대부분은 그 사람의 부정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권 씨는 아무리 꼰대같은 사람이라도 직장에서 만난 선배라면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권 씨는 신세대가 사회생활을 하며 일에 대한 책임감과 근성을 키우는 것이 곧 꼰대가 되는 과정이며, 7년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본인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 초년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사를 만나던 장시간 같이 일하며 신입은 상사를 닮아간다. “어지간한 사람은 사수가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계속 반복적으로 몇 년을 듣고 보다 보면, 정말 그 사람처럼 되거든. 내가저 새끼처럼 안 돼야지해도 쟤가 하는 거 똑같이 하고.”

꼰대 사수 밑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일을 배운 권 씨는, 승진 후 아랫사람과 윗사람이 느끼는 책임감은 경중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윗사람이 겪는 일의 중압감은내가 그 일의 책임자가 되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가 없어언제까지나 받아서 하는 일만 하는 거랑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을 하는 거랑은 천지 차이인 거지.”

진급을 거듭하며 권 씨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오른다. “그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꼰대가 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본인 책임의 일이기 때문에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잔소리해서라도 실적을 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꼰대가 안되려야 안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그가 아랫사람에게 일을 분담했을 때내가 책임져야 할 일을 얘가 제대로 안 해주면 열 받지. 그게 꼰대야.”

밥벌이하는 자는 팍팍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처럼, 일의 책임자는 회사에서 잔소리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회생활 7년 차 권 씨의 생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지가 뭔데? 내 아빠야?’ 아니면지가 왜 이렇게 대접을 받으려 그래그랬는데, 사회생활 하다 보면, 그 윗사람은 회사생활의 모든 걸 다 겪고 올라간 사람들이거든. 눈치, 짬밥, 이런 걸 다 해가면서 완성된 집약체 같은 사람들인 거야.”

꼰대 상사는 잔소리꾼이기 전에 사회생활에 대한 지혜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그의 잔소리에는 진실의 울림이 있다고 권 씨는 말한다. 예를 들어 꼰대 상사는 “’나는 이런 거를 다 해가면서 올라왔는데 너는 이런 것도 못 하니라는 말을 할 수도 있어. 근데 그게 사실이야.” 잔소리의 기분 나쁨 여부를 떠나 아랫사람은 꼰대 상사가 요구하는 일을 처리하는 근성이 있어야 성장한다는 말이다.

본인이 꼰대화 되고 있다는 권 씨의 주장은 묘한 설득력이 있다. 나아가 사람은 본인의 올챙이 적을 잊어버린다고 믿는 그에게 꼰대란 세대가 바뀌어도 지속하는 관념이다. “지금 신입사원들도 나중에 자기가 나이 들면내가 신입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 신입사원들은 왜 이래?’ 이럴 거야꼰대가 왜 안 없어지겠어? 다 꼰대가 되니까 안 없어지는 거야!”

만약 당신이 회사 일의 책임자이며 일을 제대로 안 하는 부하직원에게 잔소리하고 당신의 올챙이 적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꼰대 상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상사가 있다면, 아무리 꼰대 같아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살은 취하고 뼈는 거르라고 권 씨는 조언한다: “윗사람의 말을 잘 걸러 들을 수 있는 귀를 길러야 해.”

Photo by Brooke Lark on Unsplash

Published in 서울살이 한글

One Comment

  1. Francisco Francisco

    참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 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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