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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읽고

많은 고전소설이 그렇듯 ‘고리오 영감‘은 희로애락과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 있는 인생 같은 책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가진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 애인에 대한 사랑, 부와 성공에 대한 욕망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아마도 행복해지고 싶어 사랑하고 집착한다.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약육강식 구조의 자본주의 사회다. 고리오 영감이 사는 파리의 허름한 하숙집과 그의 딸들이 속한 상류사회는 복잡한 처세술이 있고 없고가 다를 뿐이다.

젊었을 때 부인을 떠나보낸 고리오 영감의 꿈은 두 딸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재면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번 돈으로 큰 지참금을 마련해 두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지만, 딸들은 행복하지 않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딸들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허름한 하숙집에 사는 아버지를 찾는다.

고리오 영감은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아끼는 그릇을 팔아 첫째 딸 남자친구의 도박 빚을 해결한다. 딸들은 불행해질수록 더 자주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는 물건을 팔고, 방을 옮겨 월세를 줄이고, 연금을 헐어 돈을 마련한다. 두 딸은 아버지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저희를 왜 이런 사람에게 결혼시키셨어요”라며 그를 원망할 정도로 불행하다.

두 딸과 고리오 사이에서 이야기 진행을 돕는 유진 라스티냐크라는 인물이 있다. 법학도생인 그는 프랑스 남부에서 파리로 상경해 고리오 영감과 같은 하숙집에 산다. 또 다른 하숙집 동료이자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보트랭과의 이야기 후 라스티냐크는 성공과 부를 위해서는 검사보다 상류층 저명인사가 되는 것이 빠르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고리오의 둘째 딸 델핀과 연인 사이가 된다.

라스티냐크를 델핀의 남자친구로 인정한 고리오는 연금을 털어 그들에게 파리 부촌에 멋진 아파트를 마련한다. 그 아파트에서 둘째 딸과 라스티냐크와 식사를 하는 고리오는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첫째 딸이 도움을 청했을 때 더는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고리오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충격에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두 딸이 상류층 저명인사가 연 파티에 가 있을 때 라스티냐크는 영감을 간호하고, 다음 날 저녁 두 딸의 도움 없이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른다. 장례가 끝나고 그는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가 말한다. “이제부터 파리와 나의 대결이야!”

라스티냐크는 먼 친척인 보세앙 부인을 통해 상류사회에 발을 들이고, 가난한 가족에게 편지를 써 상류사회 진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한 인물이다. 라스티냐크 외에도 월세에 비례해 하숙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하숙집 주인 보케부인에서부터 법 공부를 통한 사회적 성공은 환상이라고 라스티냐크를 일깨우는 보트랭까지 소설의 인물들은 철저히 계산적이다.

소설 속 배경인 19세기 파리에서는 귀족 계층이 점점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있었다. 그 시점 사교계에 진입한 라스티냐크가 펼치는 파리와의 대결이 어떤 것일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그가 쫓는 가치가 무엇이든, 대결의 큰 틀은 삶일 것이다. 삶이란 개인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끝없이 전진하는 것이다. 보세앙 부인의 몰락, 보트랭의 체포, 고리오 영감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허영으로 가득 찬 추악한 사교계 생활을 꿈꾸는 라스티냐크가 행복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라스티냐크는 그의 가치를 정립하고 지키기 위해 파리와 끝까지 열심히 싸웠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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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책 리뷰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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